Coexistence, Breathing New Life Into Modern Architectural Heritage

: 공존 근현대건축 문화유산의 새로운 숨결



When The Sun Goes Down 

우수상(도코모모코리아 회장상)

진태우(명지대학교), 이범호(명지대학교), 김다빈(명지대학교)

 남겨진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시간을 박제한 테마파크로 관광만을 유도하는 방식이 유일한 답은 아닐 것이다. 완전 보존의 강박 속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서 과거의 가치를 새롭게 보전할 수 없을까? 그리하여 건축계가 소중히 여기는 건축적 가치를 대중에게 공감시키고, 오늘날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없을까?


 진해(대상지 일대)의 정체성은 타자의 개입을 바탕으로 하는 다국적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일제식 건물과 도시계획이 잔존하고, 오늘날에는 해군이라는 타자가 진해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대상지로 택한 진해 구 태백여인숙은 이러한 진해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식의 본채와 일본식의 부속채에서 해군이 주로 숙박했던 공간이라는 역사는 양식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해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태백여인숙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가까운 미래에 한국은 지방의 중소도시를 선두로 다문화 국가가 될 것이다. 오늘날 지방의 많은 소도시가 그렇듯 진해도 해마다 늘어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를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진해구에서 일하고, 먹고, 자고, 소비하는 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지역 주민과 분리된 외국인으로서 존재한다.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한 소외와 차별로부터 벗어나, 화해와 상생으로 타자가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우리는 태백여인숙에 내재한 진해의 다국적성을 매개로 지역 주민과 외국인 이주노동자 등 타자들을 위한 소셜믹스 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제안하는 태백 구 여인숙은 단순히 대상지 내부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분리되었던 외국인 이주노동자 들을 도심 내부로 끌어들이는 도시적 차원의 소셜믹스를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한 공간은 타자가 타자로서 존재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평등한 공간이었다. 지역주민들의 공간에 외국인들이 초대되는 것이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들의 공간으로 여기길 바랐다. 이주노동자의 일상을 고려해 낮에는 노인을 위한 경로당,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시설로 사용되다, 밤이 되면 외국인들과 함께 영화라는 초국경적 매체로 문화를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안했다. 부속채의 그리드를 바닥까지 연장하고, 본채의 조적벽을 강조하는 등 대상지에 내재한 다국적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모두에게 낯설어진 공간을 의도했다. 모두에게 낯선 곳에서는 평등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면, 삼삼오오 모인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함께 영화도 보고, 요리도 하며 노는 왁자지껄한 어스름한 저녁을 기대한다.